영어공부, 일주일만에 습관들이기

작년 영어회화 스터디, 해커스 인강 등 영어공부에 들인 돈이 벌써 100만원은 족히 넘을 것이다. 그러나 인내, 끈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나에게 매일 홍대에 가서 스터디를 하거나, 컴퓨터 앞에 매일 1시간씩 앉아있는 것은 말 그대로 고통 뿐..

뿐만 아니라 아무리 영어공부가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취준생이었던 나에게 영어공부만을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쓰는 것은 꽤 낭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게 조금씩 영어에서 손을 놓으려던 시점에 어학연수 한번 없이 외국 기업에 떡하니 합격한 한 친구가 독특한 영어공부법을 알려주었다.

“나 믿고 딱 일주일만 해봐. 딱 일주일만.”

마지막 희망을 걸고서 정말 딱 일주일만 해보자는 심정으로 이 영어공부법을 실천해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그 다음 주에도, 또 그 다음 주에도 포기하지 않고 영어공부를 하고 심지어는 영어공부 시간을 기다리기 까지하는 나 자신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다시 한 번 이 자리를 빌어 친구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래서 이 영어공부 방법을 그대들과 나누고자 한다. 참고로 나는 1년동안 현재까지도 이 공부방법을 지속해왔고 현재는 국내 무역 회사에 취직해서 외국 클라이언트들과 영어로 문제 없이 소통하고 있다.

우선 간단하게 공부법을 소개한 후 이 공부법이 왜 성공할 수 밖에 없었는지 설명해보고자 한다.

일주일 영어공부법

월: 좋아하는 미드 혹은 영드 (영어 드라마) 1화 한글 자막으로 시청
화: 한글 자막 대신 영어 자막으로 시청
수: 대본 정독
목: 생소한 문장 5개 정리
금: 입으로 말하기

주말에는 쉬어도 된다는 것 역시 내게 매우 매력적이었고 이보다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영어공부를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포기 대왕 인내력 거지인 나조차 성공할 수 있었던 이 방법의 비밀이 무엇이었는지 차근차근 파헤쳐보자.

1. 왜 드라마로 영어공부를 하는가?

상황 학습 이론을 들어보셨는가? 상황 학습 이론(Lave and Wenger, 1991)이란 추상적이거나 실생활과 동떨어진 지식을 다루는 대부분의 전통적인 교실의 학습 활동과 대조를 이루는 ‘참여적인’ 학습 방식을 일컫는다.

레이브와 웽거는 바로 이러한 상황 학습 이론에 따른 학습 방식이 단순 암기식의 전통적 방식보다 훨씬 더 효과적일 것임을 강조하였으며, 그들의 이론은 오랜 기간동안 증명되어 왔고 여전히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이론의 저자인 레이브와 웽거는 이와 같이 말했다.

“지식은 실제적인 생활 맥락에서 제시되어야 한다.”

지금 당장 어학연수를 떠날 수도 없는 노릇인데, 어떻게 실제적인 생활 맥락에서 지식을 습득할 수 있을까?

그래서 바로 ‘드라마’를 시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드라마를 시청하게 되면 간접적으로 상황과 맥락을 경험하고 그 속에서 단어 및 표현들을 익힐 수 있다. 이를 통해, 이후 특정 상황이나 맥락 속에서 자연스레 드라마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익힌 표현들을 활용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단, 드라마에 따라 배우는 표현이 일상생활에 부적절할 수도 있음을 유의하기를. 본인은 처음에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으로 시작했다가 부적절한 표현으로 가득해서 중간에 바꿨다고 한다.

2. 왜 일주일에 1화만 시청해야 하는가?

이 영어공부법의 핵심은 바로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한다는 것에 있다. 많은 사람들이 미드나 영드로 영어공부를 하다가 중도 포기를 선언하곤 한다. 왜일까? 무리한 계획을 세운 후 약 일주일동안은 넘치는 의욕으로 집중하여 해내다가 이내 지쳐 또다시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의 심리학자 스콧 마우라 교수 연구진은 목표 설정과 목표 달성 여부에 관한 연구를 발표하였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목표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거나 목표 달성이 너무 어려운 경우에 오히려 중도 포기할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대신, 하나의 최종적인 목표만 정해놓지 말고 단기적인 목표를 여러 개 설정하여 단계별로 쉽게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3달안에 드라마 한 편을 모두 학습하겠다’ 라는 단일한 최종 목표 하나를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 안에 1화만 시청한다는 단기적이고 달성하기 쉬운 목표를 설정한 것이다. 실제로 이 방법을 통해 나는 영어공부에 하루 한 시간 혹은 그보다 적은 시간을 할당하였지만 1년동안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지금껏 드라마 4-5편을 공부할 수 있었다.

드라마는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통해 쉽게 시청할 수 있다.

3. 왜 대본 읽는 것이 영어공부에 효과적인가?

모든 언어 공부의 시작은 읽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제 2언어 습득 이론을 발표한 언어 학습의 대가인 크라션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다독(Extensive reading)은 최선의 방법이 아니다, 유일한 방법이다.”

크라션 교수는 언어 습득은 출력이 아닌 입력을 통해 일어남을 강조한다.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은 많이 듣고 읽음으로써 습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우리는 이미 월요일과 화요일 이틀동안 충분히 보고 들었으니, 이제는 읽어야 할 차례이다.

표현과 단어들을 정독하고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무엇이 자신에게 생소한 표현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대본은 구글이나 네이버에 ‘(드라마 제목) (회차) 대본’을 치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4. 왜 입으로 읽어야 하는가?

나는 고등학교 때 매일 하루에 10시간을 공부하면서 입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입으로 말하지 않으면 아무리 외워도 기억에 잘 남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신의 신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암기할 경우 효과가 배가 된다는 연구결과는 예전부터 넘쳐왔다.

뿐만 아니라 특히 제 2외국어의 경우 본인에게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직접 입으로 읽어 봐야 자연스러운 억양, 발음을 익힐 수 있다.

나아가 실제 상황에서 그에 적합한 표현을 쓰는 순간, 그 표현의 자신의 표현이 된다. 즉, 스스로 편하게 쓸 수 있는 익숙한 표현이 된다. 나의 경우에는 주위에 외국인 친구가 없어서 혼자 방에서 미친 사람인 척 자문자답을 하곤 했다… (눈물)

혹시 나처럼 외국인 친구가 없다면 자문자답을 하거나 혹은 외국인 튜터링이나 외국인 화상통화 등의 서비스를 이용해보길 바란다.

마치며..

아마 수요일에 대본 읽는 시간은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도 있다. (오래 걸려봤자 2시간을 넘은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러니 대본을 읽을 때 너무 꼼꼼히 읽으려고 하지 말고, 아는 표현이나 그닥 유용해 보이지 않는 표현은 빠르게 넘어가며 중요해 보이는 표현이나 단어에 형광펜을 치자.

그 다음 날인 목요일에는 형광펜 친 표현들을 다시 보며 그 중 가장 중요해보이는 5개의 문장만 골라서 외워보도록 하자.

마지막 날인 금요일에는 해당 표현을 입으로 쉽게 꺼낼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중얼거리고 가능하다면 실제 상황에서 적용시킬 수 있도록 해보자.

그리고 이 영어공부 방법을 통해 당신의 영어 실력이 향상되었다면 이제 실전에 써먹을 차례이다. 원어민 친구 또는 화상영어 사이트를 통해 실전에서 영어를 사용해보자. 화상영어를 고려하고 있다면 아래 포스팅을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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